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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출판박물관이란 명칭은 안된다! 인쇄박물관이 돼야 한다!

2012.9.

인쇄출판박물관이란 명칭은 안된다!
인쇄박물관이 돼야 한다!

 

安 豊 발행인

 

지난 7/11(수) 문화체육관광부가 공표한 인쇄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 이행과제 중의 인쇄출판박물관 건립지원에 관한 추진방향을 보면 "파주출판단지 내에 건립 추진 중인 출판역사박물관에 인쇄분야가 포함되도록 지원하여 인쇄와 출판을 연계하는 (가칭)인쇄출판박물관 건립 추진"으로 되어 있다.
이는, 인쇄와 출판의 말뜻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무식함의 발로이자 인쇄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을 인쇄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으로 혼동한 정신나간 처사로,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1. 인쇄와 출판의 말뜻은 분명히 다르고, 인쇄업과 출판업은 엄연히 구분돼 있다.

 

   현대적 의미의 인쇄는 글이나 그림 사진을 잉크를 사용하여 종이나 천 목재 금속 합성수지 등 물을 제외한 모든 물체의 표면에 복제하는 것을 뜻하고, 출판은 글이나 그림 사진 등의 저작물을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세상에 펴내는 것을 뜻한다.

즉, 전 지구적 산업화 이전의 인쇄는 종이책 출판을 위한 역할이 대부분을 차지했었지만 현대의 인쇄는 종이를 넘어 물을 제외한 모든 물체에 인쇄를 해내는 기술발전으로 종이책에 국한된 출판의 영역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이며, 이에 따른 다양한 정보표현기술로서의 인쇄와 저작물의 편집 발간 판매행위로서의 출판과의 구분 역시 이미 오래 전이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고려시대에는 출판부서였던 書籍鋪와 활자주조와 인쇄를 관장했던 書籍院을 따로 두어 분리하였고, 조선시대에도 출판부서였던 集賢殿 校書館 奎章閣 刊經都監 외에 활자주조와 인쇄를 담당하는 鑄字所를 따로 두었으며 특히 세종 때는 인쇄사업을 중시하여 공로자에게 대장 부대장 사정 부사정의 직위와 함께 그들의 처자에게도 월급을 주는 등 인쇄종사자들을 별도로 우대했던 기록이 있다.

 

   1961년 제정된 <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2조(용어의 정의)에 "① 출판사라함은 정기간행물 이외의 출판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②인쇄소라함은 인쇄시설을 갖추고 일체의 간행물의 인쇄를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로 되어 있듯이 출판업과 인쇄업은 별도의 용어와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돼 있을 뿐 아니라 간행물의 취급범위까지도 달리하고 있고, 2008년 제정된 <인쇄문화산업진흥법>도 출판산업의 하부업종으로 취급받던 인쇄산업의 법적 위상과 지원을 부여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는 별도로 제정된 것이다.

즉, 대한민국의 법률상으로도 인쇄업과 출판업은 명시적으로 구분돼 있고 그 세월 또한 50년이 넘었다.


업계 현장에서도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개화기에는 인쇄소와 출판사 또는 출판사와 서점의 겸업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근래에는 출판업 인쇄업 도서도매업 소매서점으로 업종구분이 명확하게 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오히려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 발명한 당시에는 인쇄업을 근간으로 출판업이 비로소 활성화 되기 시작하는 겸업형태였다가, 출판업의 중심이 독일에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로 번져나간 18세기경부터 출판업이 인쇄업과 서점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출판업의 종속업종으로 취급받던 우리나라의 인쇄업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인쇄업의 종속 내지는 파생업종으로 출판업이 형성돼 온 것이고, 300여년 전부터 인쇄업과 출판업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돼 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나 유럽이나 인쇄와 출판을 겸업했던 시기는 한동안 있었지만 그것이 곧 인쇄와 출판이 같은 뜻이거나 같은 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겸업은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업을 함께 한다는 뜻이지 같은 업을 하나 더 한다는 뜻은 아닌 것이며, 겸업과 동업이 다른 뜻이 듯이 인쇄업과 출판업은 語意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엄연히 다른 것이다.

 


2. 인쇄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은 인쇄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이 아니다.

 

   인쇄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은 인쇄업을 위한 것이지 출판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쇄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의 법적 근거는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이지 <인쇄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아니며,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더더구나 아니다.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의 조문 어디에도 출판산업진흥을 위한다는 내용은 없으며,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역시도 인쇄산업진흥을 위한다는 조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즉, <인쇄문화산업진흥법>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전혀 다른 별개의 법이다.

심지어 <인쇄문화산업진흥법>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는 "인쇄문화산업의 진흥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로 명시, 출판 등 인쇄와 관련이 있음직한 다른 법과의 충돌과 간섭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출판역사박물관에 인쇄분야가 포함되도록"이라니?

도대체가 정신이 있는 발상인지 없는 발상인지 인쇄인의 한사람으로서 속에서 천불이 나는 듯하다.

5개년계획 전체예산 792억원의 1/3이 넘는 280억원의 막대한 돈으로도 인쇄박물관을 따로 짓지 못하니 출판역사박물관에 빌붙어야 한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되지만, 인쇄박물관의 명칭에 '출판'이 들어가는 것은 의미상으로 너무 엉뚱하고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의 목적과도 안맞을 뿐 아니라 특히 전체 인쇄인들의 정서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명색이 인쇄출판박물관에 과연 몇권의 책을 비치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쏭달쏭하고 기괴하다 할 밖이다.


수억원 어치의 인쇄물도 오짜 하나 때문에 재인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인쇄물도 그럴진데, 특히나 법 조문의 글자 한자한자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법 조문의 정확한 해석과 적용의 기본은 말 그대로 '문자적' 해석이다.

주관적 무제한의 해석과 적용이 아닌, 객관적이고 제한적인 해석과 적용이 순서일 것이다.

280억원으로는 별개의 인쇄박물관을 따로 짓지 못한다면 예산을 더 마련한 뒤로 미루던지, 아님 규모는 작더라도 280억원 짜리 인쇄박물관을 따로 짓는게 법 조문의 정확한 해석과 적용이고 올바른 정신일 것이다.

인쇄박물관의 명칭은 돈이나 법 조문의 문제 이전에 정신의 문제다.